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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동의는 ‘할래 말래’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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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 “쉬다 갈래?”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이미 섹스할 준비를 마친 사람부터 배달음식을 시켜 넷플릭스를 볼 생각을 한다는 사람까지 다양할 텐데요.

많은 분들이 섹스하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하는데 애를 먹어요. 하지만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소통은 필수.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성적 동의에 대해 알아볼게요.

① "넷플릭스 보러 갈래?" 같은 표현, 다른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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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는 금물! 성적 동의에 속마음은 중요치 않아요

썸 타는 상대가 “고양이 보러 갈래”라고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양동옥 심리학과 교수의 책 <사랑에도 동의가 필요해>에는 “넷플릭스 보고 갈래?”를 예로 드는데요. 이를 성관계 제안으로 받아들인 쪽은 60%, 너와 더 같이 있고 싶다고 해석한 쪽은 40%였죠.¹

사람마다 같은 말도 이처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데요. 그럼 어떻게 이런 오해를 줄일 수 있을까요? 캐나다 앨버타주는 지난해 9월 성적동의를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전면 도입했는데요. 이들은 성적 동의의 조건을 ‘암시하거나 가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²

이런 시각에서 보면 고양이를 보러 집에 놀러 가는 일과 성관계는 별개예요. 섹스를 예상하든 예상하지 않든 그건 중요하지 않죠. 내 마음과 상대의 마음은 언제든 엇갈릴 수 있으니까요. 성적 동의의 첫 번째 단계는, 섹스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걱정을 버리는 거예요.

② 서운해할까 봐 거절 못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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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은 자유롭게! 성적동의는 약관 동의가 아니에요

성적 동의의 두 번째 단계는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많은 이들이 성행위를 거절하지 못하는 이유로 ‘상대가 서운해할까 봐’를 꼽아요. 심지어 사이가 틀어질까 봐 마음에도 없는 관계를 갖기도 하죠.

하지만 내 몸의 주인은 나입니다. 섹스를 비롯한 모든 스킨십은 나 스스로 몸의 주인이 되어서 상대와 쾌감을 누리는 행위죠. 이런 감각이 진짜 ‘즐거우려면’ 솔직하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해요. 긍정적인 리액션이든 부정적인 거절이든 말이죠.✋

자취방에 가도 잠만 잘 수도 있고, 키스는 해도 애무는 미룰 수도 있어요. 성행위를 미루거나 거절하는 당신에게 “날 사랑하지 않는구나”라면서 동정심을 유발하거나, 죄책감을 강요하는 건 모두 건강하지 못해요. 반대로 상대가 성행위를 거절했다고 자존심이 상할 필요도 없어요. 거절은 단순한 거절일 뿐입니다.

✔성적 동의를 얻을 수 없는 관계
13세 미만, 혹은 13세 이상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게는 성적 동의를 얻을 수 없습니다. 해당연령대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는 미성년자의제강간죄에 해당합니다. 수면, 약물, 알코올 등으로 의식이 불분명한 상대에게도 동의를 얻을 수 없습니다.❌

✔성적 동의를 따지기 어려운 관계
직위가 존재하는 업무상 관계는 성적 동의를 따지기 어렵습니다. 갑을과 같은 위력이 존재하기에 상호 간 성행위에 합의한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기 않죠. 채용과 실직, 임금 삭감 등 패널티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니까요. 이는 면접과 같은 채용절차에도 해당합니다.³

③ 맨날 나만 물어본다? 관계를 점검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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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NO! 성적 동의에는 ‘티키타카’가 필요해요

만약 성적 동의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면, 그건 ‘동의’라는 표현 탓일 수도 있는데요. 마치 모든 스킨십 전에 ‘할래, 말래?’를 물어야 하고, ‘예/아니오’만 있는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하지만 성적 동의는 단순한 문답이 아니에요.

이는 연애에도 비유할 수 있는데요. 간혹 한쪽은 매번 데이트 코스를 제안하고, 한쪽은 ‘아무거나’ 혹은 ‘자기가 하자는 건 다 좋아’라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 경우 제안하는 쪽은 상대가 정말 내 제안이 맘에 드는지 의심이 들죠. 한쪽은 묻고, 한쪽은 대답만 하는 관계는 지치기 마련입니다.😥

성행위도 마찬가지. 항상 한쪽이 섹스나 애무법을 제안하고, 한쪽은 수락만 한다면 이참에 관계를 재정비해 보세요. 한쪽이 출제자, 한쪽은 응시자가 아니잖아요? 우린 점심 메뉴 하나를 고를 때도 어느 식당에 갈지, 가격과 분위기는 어떤지 대화합니다. 음식을 나눠 먹을지, 볶음밥을 먹을지도 고민하죠.

그처럼 성행위도 내가 원하는 바를 표현하고 상대가 원하는 바를 듣고 나눠야 해요. 그래야 안전한 섹스를 할 수 있고, 나아가 섹스가 즐거워져요. 그런 의미에서 성적 동의는 ‘성적 합의’에 가깝답니다.

④ 성적 합의, 현실에선 이렇게 실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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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현실에서는 다들 어떻게 섹스 시그널을 보내고 있을까요? 에디터의 가까운 지인들에게 물었는데요. ‘입욕하러 가자’라고 운을 띄우는 A, 제 할 일에 집중하는 애인에게 장난을 치며 스킨십을 하는 B, 숙소에 입실하는 과정부터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순간까지 상대의 의향을 묻는 C 등.

현실 속 성적 동의는 키스해도 돼? 만져도 돼? 섹스해도 돼? 같은 질문으로만 이뤄지지 않았어요. 성행위를 뜻하는 암호를 만들고, 연인의 기색을 살피며 애교를 피우고, 상대가 원하는 바를 듣고 확인하는 과정 모두였죠. 몸의 친밀도를 쌓는 방식은 다 달랐습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나의 성적 욕구가 상대의 성적 욕구와 동일할 거라고 짐작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또 내가 원하는 스킨십과 상대가 원하는 스킨십은 다를 확률이 크죠. 타이밍도 마찬가지고요. 서로 원하는 시점이 똑 맞아떨어져도, 각자 의향에 따라 언제든 마음이 바뀔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본딩>의 3회 엔딩에 장면으로 마무리할게요.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인데요. “내가 널 가지고 싶은 것처럼 너도 날 갖고 싶어 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가질 수 없다는 걸 알아. 널 소유할 마음은 없어. 네 사랑도. 난 그저, 사랑을 주면 받을 뿐이지. 그건 너도 마찬가지고.”

사랑의 고백이 이렇듯, 스킨십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성적 동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욕구를 파악하고 상대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 거기까지입니다. 그다음은 상대의 몫으로 남겨두고 기다리세요. ‘좋아, 나도 하고 싶어’라고 말하기까지요.


💡 성적 동의, ‘이것’만은 기억하세요
기대는 금물! 성적 동의는 문학풀이가 아니에요
거절은 자유롭게! 성적 동의는 약관 동의가 아니에요
설문조사 NO! 성적 동의에는 ‘티키타카’가 필요해요



  1. 진정한 성적 동의는 연애의 기초, 한겨레, 2020년 12월 4일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972766.html 
  2. Sexual consent, Government of Alberta https://www.alberta.ca/sexual-violence-prevention-sexual-consent.aspx 
  3.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 더 이상 관용은 없어…신속하게 대처하여야, 로이슈, 2020년 10월 30일 https://ccnews.lawissue.co.kr/view.php?ud=2020103011523599386cf2d78c68_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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