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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동의의 성격, 3가지만 기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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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의 관계 치료사 에스더 페렐은 ‘현대적 사랑(modern love)’이라는 강의에서 오늘날의 섹스란 ‘내가 원할 때 너도 원하길 바라’는 것이라고 설명하는데요. 이는 나와 상대의 욕망이 일치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죠.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섹스에서 필수적인 성적 합의의 개념에 대해 알아볼게요.

이런 사람이라면 필독😮

  • 연인과 성욕 차이로 애로사항을 겪은 사람
  • 서로 원하는, 즐거운 섹스를 하고 싶은 사람
  • 성적 동의라는 개념을 처음 접한 사람



흔히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죠. 제각기 리더를 하겠다고 외치면 엉뚱한 곳에 도착한다는 뜻입니다. 성적 동의는 어떨까요? 사공이 기본적으로 2명입니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카약에 마주 앉은 2명의 사공을 떠올려 보세요. 

둘은 어떤 관계일까요? 상사와 부하 직원은 아닐 거예요. 운전자와 조수도 아닙니다.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겠죠. 하지만 둘은 사랑한다는 맘만 같을 뿐, 다른 점이 아주 많습니다.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이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겠죠.

이런 두 사람이 섹스라는 강을 유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쪽이 끌어주면, 한쪽이 맞춰줄 순 있어요. 분명한 건 “저쪽으로 가볼래?” 물었을 때 상대가 “어, 예쁘다! 그쪽으로 가 보자”라는 선명한 답이 돌아와야 이동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음, 잘 모르겠네…”라고 한다면 제자리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일 테고요.

섹스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무조건 2시간 만에 쾌속으로 닿는 KTX를 타는 경험과는 거리가 멉니다. 절경을 유람하는 둘만의 유희죠. 풍경이 아름답다는 이유로 같은 자리에 머물 수 있고, 낯선 생물을 만나 멈칫할 수 있습니다. 기운차게 노를 저을 수도 있고요. 확실한 건 원하는 절경을 보려면, 두 사람의 의사가 같아야 하며, 그만큼 의욕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겁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섹스는 서로 다른 두 사공이 하는 일입니다. 곧 이토록 다른 두 사람의 욕구가 맞아떨어진다는 건 기적에 가깝습니다. 타이밍 문제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섹스는 그런 면에서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를 닮았습니다.

상태 메시지는 언제든 변할 수 있으니까요. 상태 메시지가 바뀐 거로 일관성 없다고 따지진 않죠. 5분 전에는 좋았던 애무도 5분 후에는 버겁게 느껴질 수 있어요. 곧 “아까는 좋아했잖아. 지금은 왜 별로야?” 따지는 대신 “맘이 바뀌었으면 이런 건 어때?”하고 가볍게 물어보세요.

‘왜’는 자신을 방어하게 만들지만, 또 다른 옵션은 ‘그러게, 어떨까?’하고 마음을 열게 하거든요. 또한 상대의 상태에 주목하면, 그의 감정선을 좀 더 능숙하게 파악할 수 있어요. 침대 위의 상태 메시지에는 상대의 말이나 표정, 여러 제스처가 포함되겠죠. 우리에게 필요한 건 타이밍을 조성하는 노력이랍니다.



우리는 섹스를 왜 할까요? 흔히 성적 쾌감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하지만 실제 연인과의 섹스는 그저 오르가즘을 얻으려고 상대와 몸을 섞는 것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섹스는 믿을 수 있는 상대와 살을 섞으며 사랑을 확인하고, 때로는 작은 모험을 통해 자극을 얻는 복합적인 성격의 이벤트죠.

곧 섹스는 여타 기념일에 상대가 무엇을 좋아할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하면서 준비하는 이벤트나 선물에 다름 아닙니다. 상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되 서프라이즈 요소를 가미하죠. 이런 선물은 주는 사람도 설레고, 받는 사람도 기분 좋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런 선물이, 즉 섹스가 대가성을 띤다면 어떨까요. ‘이렇게 열심히 핸드잡 했는데, 핑거링 해 주겠지?’ 혹은 ‘모텔비는 내가 다 냈는데, 성의껏 해야 하는 것 아니야?’라는 등 기대감이 들어간다고 상상해 보세요. 반대도 마찬가지. ‘지난번 여행 취소한 것 때문에 미안한데, 밤일이라도 열심히 해야겠다’ ‘저가 하고 싶대서 이만큼 해 줬으면 됐지, 뭘 더 바람’ 등.

섹스에 기대감이 묻으면 보상 심리가 생겨납니다. 상대에게 무언의 압박을 가하게 되죠. 맘도 없이 하는 섹스는 누구도 즐겁지 않아요. 또한 응당 느껴야 할 감정을 섹스로 퉁치게 됩니다. 어느 쪽이든 섹스가 어떤 조건이나 잘못에 대한 갚음이 되서는 안 됩니다. 거래가 돼 버리니까요. 섹스는 어떤 행동이나 감정을 결제하는 수단이 될 수 없어요. 섹스는 양쪽이 즐거운 이벤트여야 해요.



섹스는 사공이 두 사람이고, 서로의 상태 메시지가 일치할 때, 무엇보다 양쪽이 즐거운 이벤트여야 한다는 점. 이 3가지만 기억해도, 누구 하나 상처받지 않는 섹스를 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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