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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불문 로맨스? 배·기차·경찰서에서 시작된 사랑 영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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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에디터는 ‘가다실 주사를 맞으러 갔다가 번따(번호따임) 썰을 들었어요. 새삼 사랑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걸 체감했는데요. 오늘은 그런 의미에서 장소를 막론하고 시작된 로맨스를 다룬 영화를 소개할게요.

이런 사람이라면 필독🥰

  • 도대체 사람은 어디서 만나는지 알고 싶은 사람

  • 어딜 가야 사랑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한 사람

  • 사랑이 시작되는 요소에 대해 궁금한 사람

*본문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젠 <아바타>로 더 유명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1998년작 영화 <타이타닉>. 카드 게임에서 잭팟을 터뜨린 화가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도슨과 미국 신흥부자 칼과 결혼을 앞둔 몰락한 귀족 가문의 딸 로즈(케이트 윈슬렛)가 초호화 유람선 타이타닉호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죠.

잭과 로즈가 탑승한 3등석과 1등석은 둘 사이 존재하는 계층 차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들의 만남은 그야말로 우연과 우연의 합작. 가세가 기운 가문을 살리는 희생양이 된 로즈는 집안의 허례허식과 속박에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배 갑판에서 자살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잭은 진심 어린 설득으로 그녀를 살리게 되죠.

로즈는 잭의 화가로서의 소질을 알아보고, 잭은 로즈의 자유로운 영혼을 알아봅니다. 약혼자 칼은 로즈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 ‘대양의 심장’을 걸어주지만, 정작 그녀의 마음을 연 건 자유라는 이름의 숨을 불어넣어준 잭이었죠. 그들의 사랑은 배에서 시작됐지만, 어디라고 달랐을까요.

거대한 빙산에 부딪힌 타이타닉호는 침몰합니다. 로즈는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죠. 하지만 그녀의 인생은 목숨을 구했을 때가 아닌, 신원을 묻는 구조대에 이름을 말했을 때 다시 시작됩니다. 잭의 성을 딴 ‘도슨, 로즈 도슨’이라고 말하는 순간, 말이죠.🌹



‘비포 3부작’의 첫 작품 <비포 선라이즈>는 소르본 대학에 다니는 프랑스 여성 셀린느와 막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유럽 여행을 온 미국인 제시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입니다. 언뜻 보면 낭만적 사랑의 전형인데요. 하지만 여행의 키워드를 덜어낸다면, 둘을 연결시킨 매듭이 정체를 드러내죠. 바로 대화입니다.

기차 여행 중인 셀린느는 중년 부부의 언쟁에 몸을 피신합니다. 그의 옆 좌석에는 제시가 있죠. 둘은 부부의 싸움을 빌미(!)로 스몰토크를 시작하는데요. 대화 주제는 각자 읽던 책에 미칩니다. 셀린느의 품에는 평생 에로티즘을 탐구한 조르주 바타이유의 소설 <마담 에두아르>가, 제시의 손에는 야성적 연기로 유명한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의 자서전 <내게 필요한 건 사랑뿐>이 들려있죠.📚

셀린느의 책은 지칠 줄 모르는 그녀의 지적 호기심을, 제시가 읽고 있는 책은 그의 야망을 보여줍니다. 둘은 ‘열정’이라는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죠. 이윽고 식당칸으로 자리를 옮긴 두 사람은 현재의 꿈과 유년 시절을 공유하면서 죽음에 대한 태도까지 나눕니다. 타이밍이 도운 건 맞지만, 이처럼 통하는 대화란 연출로는 불가능하죠.

제시는 셀린느에게 비엔나 여행을 ‘급’ 제안하고, 셀린느는 이를 수락합니다. 두 사람은 둘 사이 존재하는 신의 존재를 대화를 통해 느낀 건 아닐까요. “신이 존재한다면 너나 나가 아닌, 너와 나 사이에 존재할 것 같다”는 셀린느의 대사처럼요. 잘 통할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기차 여행을 떠나보세요. 최소 2시간은 넘는 구간으로요.



N회차 관객들을 낳는 가운데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기도수의 사망으로 얽힌 형사 해준과 피의자 서래의 감정선을 뒤쫓는 영화인데요. 형사와 피의자라는 입장 위에 데칼코마니 같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을 섬세하게 추적합니다.

해준과 서래의 공통점은 ‘품위’입니다. 그리고 품위는 똑바로 보는 태도에서 나오죠. 해준은 살인과 폭력 현장을 인공 눈물을 넣어가며 부릅뜨고 보는 인물입니다. 서래는 죽음 앞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어머니의 부탁을 들어줌으로써 잘못된 방식일지언정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변명하지 않죠. 피의자 신분임에도 그녀에게 비굴한 자세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서로의 꼿꼿함을 알아본 서래와 해준은 잉크가 번지듯 서로에게 빠져들죠.✒

아이러니하게도 해준은 자신이 사랑 때문에 수사를 그르친 걸 안 시점에서 서래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서래의 사랑은 해준이 직업적 자부심을 내려놓고도 자신을 지켜줬을 때 시작되죠.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는 서래의 대사는 이를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두 사람이 서로를 기어이 사랑하게 된 건, 사랑 앞에서 누구도 탓하지 않고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내려놓는 모습이 담겨서일 겁니다. 해준에게는 그건 자부심이었고, 서래에게는 자신의 생이었죠. 어쩌면 사랑은 나의 가장 중요한 무엇을 희생하고, 또 결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아닐까요.


사랑은 장소를 막론하고 어디서든 피어나는 법!이라고 외치고 싶었는데요. 과정을 가만히 살펴보니, 어쩌면 사랑은 각자의 내면에 이미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의 사랑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잠도 못 자고 오로지 그 생각만 한’ 사랑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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